마늘 수다방

[전문가의 눈-허건량]마늘로 면역력 키워볼까?

  • 행정실
  •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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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성 가축 질병인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가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우리 스스로도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의학이 쉽게 해결 못한 감기나 독감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바이러스 자체의 지속적인 변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근본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성 질환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개인위생관리와 규칙적인 운동, 평소에 먹는 음식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늘을 추천한다. 마늘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 민간요법이지만, 마을에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번지면 마늘을 사립문이나 방문 앞에 주렁주렁 건 것도 마늘의 항균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서양에서는 마늘을 식용보다 약용작물로서 먼저 활용했다. 미생물의 아버지 파스퇴르는 마늘 추출물의 항세균 활성을 밝혔다. 현대 학자들은 마늘 추출물이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시 이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의 형성을 촉진하고, 에이즈 및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 감염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낮춘다고 보고했다.

 물론 여러 물질의 복합체인 마늘 추출물을 약품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또한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의 치료제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늘 접하는 양념 혹은 음식으로서 마늘을 우리 선조가 물려준 건강의 지혜로 여겨도 좋을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마늘 산지별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주·전남 고흥 등 따뜻한 남쪽지역에서 자라는 난지형 마늘은 리보플라빈 함량이 높았고, 경북 의성·충남 태안 등 비교적 추운 지역에서 재배하는 한지형 마늘은 무기질 함량이 많았다. 마늘의 전반적인 성분은 큰 차이가 없지만, 지역별로 특색 있는 마늘이 생산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어쩌면 마늘도 골라 먹을 수 있는 기호식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약식동원(藥食同原). 이 말에는 먹는 음식이 면역력을 높이고, 병을 예방한다는 뜻도 들어 있다. 한국인의 평균 마늘 섭취량은 연간 8.5㎏으로 세계 평균인 1.8㎏보다 약 4.7배 높다. 항균·항암 성분이 풍부한 마늘 덕분에 우리 국민은 알게 모르게 면역력이 강해졌을 것이다.

 면역력을 높이려고 값비싼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대신 우리 땅에서 자란 마늘을 많이 섭취하면 어떨까.

 허건량(농촌진흥청 차장)